21.8.12. 아들에게 ADHD가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바보같이!

은퇴해도 될 나이에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참담하고 우울했다. 이 과정에서 일기 비슷한 글을 썼는데,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었다. 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두서도 없다. 그럼에도 내겐 중요한 기록이니 이 블로그에 모으려고 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사건은 8/12일 점심 무렵에 있었던 아내의 전언에서 시작한다.

외지의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어릴 때 ADHD 치료받았던 기록이 남아 있는지, 어느 병원인지 묻고는 집중이 안돼 병원에 가볼까 생각 중이래”

아내는 대수롭잖게 말했는데 나는 무척 놀라고 당황했다.

아들은 열살 무렵 ADHD 진단을 받았고 몇 달 치료를 했다. 그때는 ADHD를 치료하는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다니는 것이 힘들었다. 게다가 크면 낫는다기에 치료를 중단해버렸다.

놀란 이유는 여러 가지가 문제가 한꺼번에 확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그 내용을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일을. 두 번째는 크면 낫는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건 부모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이유가 더 문제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공부나 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에겐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직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잊고 있었던 ADHD에 대해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아내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온 후 열일을 제쳐두고 ADHD 자료를 찾아봤다. 인터넷에서 블로그의 글을 몇 편 읽은 후 전자책 <나는 성인 ADHD입니다>(Anne Lee. 2021)를 읽었다.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여성 작가의 고통이 매우 컸는데, 그 고통이 내 자식에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아이가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아들이 겪었을 고초에 가슴이 아팠다.

그걸 몰랐던 아빠에게 자책감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다.

성인 ADHD 관련 글을 쓰려는 이유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지 한 달쯤 지났다. 성인 ADHD 임을 자각했을 때부터 이따끔 일기를 썼다. 다 쓴 것도 있고, 쓰다만 것도 여러 편이다. 소감을 적거나 정보를 기록했다.

ADHD답게(*) MS 워드, 구글 문서, 로션, 포탈 블로그 등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대로 썼다. 그러고는 ‘이걸 좀 정리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늘 그랬듯이 생각만…

약의 효과인지, ‘행동’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의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약을 먹은 후 집중력이 다소 개선되었다. 다시 무기력해지기 전에 실행해야 한다.

워드프레스 블로그에 쓴 글을 모으고, 새 글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1년 전 만들어 제대로 꾸미지도 않고, 몇 편의 글만 올린 후 방치한 블로그다. 이번엔 나름 정성 들여 꾸몄다.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야 계속 이용할 것 같아서 매뉴얼 찾아보며 며칠이나 공을 들였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몇 편의 글을 쓰면서 우울한 감정이 치유되는 듯한 효과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글쓰기는 오래된 바람이기도 하다. 나아가 글쓰기 연습도 될 것이다.

블로그에 성인 ADHD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여기 쓸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성인 ADHD라는 벽을 넘어서는 방법들을 다루고 싶다. 나머지는 치료 과정, 소감 등을 다룬 일기다.

솔직히 꾸준히 쓸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한다. 벽을 넘어서는 방법과 그 적응 과정을 기록하면 나를 치유하는 것은 물론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 사명감도 좀 생기지 않을까?

 

*’ADHD를 가진 사람답게’라고 써야겠지만 자주 쓸 말이라 이 블로그에서는 그냥 줄여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