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해도 될 나이에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참담하고 우울했다. 이 과정에서 일기 비슷한 글을 썼는데,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었다. 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두서도 없다. 그럼에도 내겐 중요한 기록이니 이 블로그에 모으려고 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사건은 8/12일 점심 무렵에 있었던 아내의 전언에서 시작한다.
외지의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어릴 때 ADHD 치료받았던 기록이 남아 있는지, 어느 병원인지 묻고는 집중이 안돼 병원에 가볼까 생각 중이래”
아내는 대수롭잖게 말했는데 나는 무척 놀라고 당황했다.
아들은 열살 무렵 ADHD 진단을 받았고 몇 달 치료를 했다. 그때는 ADHD를 치료하는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다니는 것이 힘들었다. 게다가 크면 낫는다기에 치료를 중단해버렸다.
놀란 이유는 여러 가지가 문제가 한꺼번에 확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그 내용을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일을. 두 번째는 크면 낫는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건 부모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이유가 더 문제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공부나 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에겐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직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잊고 있었던 ADHD에 대해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아내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온 후 열일을 제쳐두고 ADHD 자료를 찾아봤다. 인터넷에서 블로그의 글을 몇 편 읽은 후 전자책 <나는 성인 ADHD입니다>(Anne Lee. 2021)를 읽었다.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여성 작가의 고통이 매우 컸는데, 그 고통이 내 자식에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아이가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아들이 겪었을 고초에 가슴이 아팠다.
그걸 몰랐던 아빠에게 자책감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다.